B.U.S 건축은 매니페스토, 케이웍스 등
국내의 각기 다른 성격의 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박지현, 조성학 두 명의 젊은 건축가가 의기투합하여 2014년 개소하였다.
건축물을 단순히 구축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한정짓지 않고,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가구, 영상, 모바일, 라이프스타일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한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박지현, 조성학
- 설립
- 2014년
- 주소
- 서울 종로구 체부동 147-3 1층
- 연락처
- 02-725-9900
- 이메일
- jhpark@studio-bus.com
제주김녕 고고익선
#2. 오래된 집 살릴까 말까
리노베이션을 고민한 이유는 두 클라이언트가 평등하게 똑같은 집에서 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신축을 결심했을 경우 공간과 외관이 완전히 똑같은 집을 계획할 수는 있지만 같은 땅 안에서도 집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것은 이미 같은 집이 될 수 없다. 조망과 채광, 바람 등 외부 요인을 두 집은 살아가면서 서로 비교하게 될 것이고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리노베이션으로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여 서로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 집을 제안하고자 했다. 대신 반외부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완전히 평등한 공간을 서로 소유하는 것이다. 이런 깊은 뜻이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뜻의 깊고 얕음은 상대적이라 프로젝트의 결과를 지금 예측하기는 쉽지가 않다.
프레젠테이션의 주제는 원초적인 주거공간이었다. 꼭 필요한 공간만을 심플하게 만들고 마당이 거실이 되고, 해변이 마당이 되는 그런 집을 제안했다.
가끔 시골을 지나다니다 보면 정말 기능에 충실한 최소의 건축물들을 볼 때가 있다. 러프하게 지은 창고라던가 방 하나만 있는 작은 집이라던가. 그런 건축물은 가장 원초적인 구축 방식과 기능에 충실한 볼륨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보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은 친근한 건축물이다. 그런 집이 되었으면 했다.
증축과 신축 두 가지 대안을 준비했다. 증축은 기존의 건축물들을 모두 보존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 증축하는 계획이었다.
"멋지다."
기존 집의 거실 공간은 천장 슬래브를 철거해서 반외부공간으로 두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중정으로 계획했다.
우리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많은 상상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공간을 계획했을 때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했다.
1층 외부의 아쉬운 마당 공간을 옥상 테라스를 통해 해소하고자 했다. 바다가 어렴풋이 보이는 두집을 이어주는 또 다른 공간이다.
증축되는 하얀 두 집 사이 오래된 타일 벽이 드러나는 상상을 했다.
기존 건축물의 마감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새로운 건물과 대비되는 효과를 기대한다.
신축은 더 심플하게
집에서 김녕리의 바다가 보이기를 원했다. 마당도 길에 노출되지 않는 조금 더 프라이빗한 성격을 요구했다.
때문에 배치에 대한 고민은 땅에 상관없이 주택이 바다의 축을 따르느냐, 혹은 땅에 더 적합한 배치를 찾느냐였다. 첫 프레젠테이션에는 바다의 축을 따르는 배치로 제안하기로 했다.
두집은 어느 한 집이 혹시라도 비교를 하지 않도록 완전히 똑같기를 원했고, 이미 배치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대한 두 집을 똑같이 계획하기로 했다. 그렇게 2층에 다락이 있는 작은 두 집을 계획했다.
"귀엽다"
신축은 리노베이션 안과 달리 높은 공간감을 느끼도록 하는 게 주요 컨셉이었다. 클라이언트는 유럽의 높은 층고를 경험했던 적이 있었고 그런 공간감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설계를 할때 클라이언트의 로망은 우리에겐 곧 희망이다.
모두 로망이 있는 삶을 사시기를
경계측량 날은 두근두근해
첫 번째 디자인 미팅이 수월하게 끝났다. 리노베이션 대안의 풍부한 공간들을 마음에 들어 한 클라이언트는 고민끝에 기존집을 살리기로 결정했다. 리노베이션을 하는 경우는 크게 2가지라고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기존 건축물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미가 클 때 (추억이 있거나 역사적 의미가 있거나 아름답거나 등등)이고 두 번째는 기존 건축물이 과거 건축법의 혜택을 받았을 경우이다. 고고익선의 클라이언트들은 이 두 가지가 모두 해당이 안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두 가정이므로 4명의 의견을 통일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 디자인 미팅에서 리노베이션 계획안을 확실히 설득해야만 했다. 그건 그렇고 경계측량의 날이 다가와서 제주도에 다시 방문했다.
경계측량은 말 그대로 대지의 경계를 측량하는 일이라서 해당 대지의 소유주와 이웃한 대지의 소유주들이 모두 긴장하는 순간이다. 건물들이 밀접하게 위치한 곳일수록 그 긴장감은 커지는데 이 땅의 경우도 기존 건축물이 옆집과 담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위치해 있었다. 옆집의 해녀 할머님은 측량 잘하라는 말을 남기시고 느긋하게 일을 나가셨다고 한다.
담 한번 잘 쌓았다.
2층에서 보이는 풍경을 예상해보았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집이 공평하게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타디자인의 김일동 소장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김일동 소장님은 특히 오래된 집의 리노베이션에 많은 경험이 있으셔서 그 경험에 대한 조언을 받고자 제주도까지 동행을 어렵게 부탁드렸다. 사실 제타에서 시공을 맡아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서울을 베이스로 하는 시공회사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제주도까지 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천장고가 얼마나 되는지 보기 위해 천장 일부를 철거했다. 클라이언트는 최소 3미터 이상의 천장고를 원했지만 기존 천장고는 그보다 좀 더 낮았다.
길 너머로 보이는 김녕리 바다는 두 분이 이곳으로 정착하고자 하는데 확신을 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