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Ground Breaking, 계획이 대지에 서는 순간

Brighten Jeju

지난 포스팅에 이어, 계획안과 디자인이 완성되는 과정과 착공의 순간까지를 기록해 보려 합니다.

제주 단독주택 설계, 풀빌라 렌털하우스로 사용될 단독주택의 계획에는 지난 포스팅 말미에 나열했던 것과 같이 오랜 돌창고, 신축되는 숙박동, 그리고 크고작은 마당과 수영장이 주 요소로 정해졌습니다.

소담한 마을 한가운데 위치하게 될 풀빌라 스테이, 결국 공간의 열고 닫음이 건축과 외부공간의 배치와 구성을 결정하게 될텐데요. 클라이언트와 함께 여러가지 대안을 고민해 갔습니다.

장고끝에 결정된 프로그램의 배치와 평면의 구성입니다. 돌창고를 중심으로, 신축 Stay가 ㄱ자로 둘러쳐 안마당을 형성하고, 돌창고는 BBQ장소 겸 Welcoming Cafe로 객을 맞이합니다. 작은 화덕부터 수영장까지 외부 놀이공간이 펼쳐지고, 도로에서의 적정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해먹을 걸친 나무와 가벽이 세워집니다.

위계가 뚜렷한 주출입구는 두지 않고, 돌창고 혹은 주 거실공간 혹은 안마당으로 접근하게 해 대지 내 외부공간들에 균등한 긴장을 부여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대지의 여유공간 2군데에 주차할 수 있게 해 2가족의 여행에도 부족함이 없게 하였죠.

수영장을 바라보는 침실부 복도와 부엌은 2층까지 천장 없는 공간으로 계획해 일반 주거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을 전달할 수 있게끔 설계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외부 프로그램인 수영장은 바다쪽으로 배치해, 외부공간이 바다를 맞이하게 하였고, 신축부는 2층으로 계획되어 안마당과 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2층 거실의 옥상은 야외 테라스로, 안마당과 그 너머의 바다까지 조망하게 했습니다.

좋은 건축으로서의 결과물, 풀빌라 스테이라는 비즈니스적 효과, 추후 단독주택으로 전환 시의 가변성과 유동성.. 많은 요소들이 반영되어 결국 하나의 평면으로 정리되어가는 과정.

'평면, 한번 정하면 바꿀 수 없다' 라는 제목의 책이 있을 정도니, 평면이 정해지는 과정은 깊고 넓은 고민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죠.

디자인을 정해 나갈 차례입니다. 크게 세번의 변화가 있었고, 하나하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조형에 대한 시각적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에,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을 추출해 중지를 모으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 역시 건축가의 몫이기도 합니다.

Design Proposal_1

첫 출발점은, 세모지붕 형태의 돌창고 형상을 보존하고 연장해, 신축부의 컨셉으로 이어가는 것이었죠.

돌창고를 받아줄 반듯한 거실부 뒤로, 2층 규모의 박공지붕을 갖는 스테이가 자리하게 됩니다.

평면에서 설명한 가벽과 수영장 옆 공간들이 조금씩 포착되는 장면입니다.

정면에서 보자면, 수영장과 안마당을 둘러싼 BBQ House, 거실, 그리고 침실 앞 복도까지, 수영장 그리고 안마당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배치된 것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층은 다락의 감성을 전달하는 낮은 공간으로, 작은 테라스와 자쿠지를 두어 바다를 보며 반신욕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안했습니다.

이 안에서는 무엇보다 이 장면이 가장 구현하고 싶은 모습이었는데요,

박공의 형태를 그대로 구현하고, 거실 상부의 옥상데크를 감싸는 난간과 그 사이를 찢어내 낙수형 선홈통을 계획했습니다. 돌창고의 옆면이 보이고, 같은 느낌인 돌담이 돌아감는 가운데 무채색의 담담한 건축이 자리잡길 바랬습니다.

남측, 도로를 면한 정면에서 바라보면 돌창고의 박공지붕이 첫번째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뒷 배경이 되는 신축부의 박공 측부가 다시 스카이라인을 정리합니다. 그 옆으로 디자인블럭을 쌓아올린 담장과 나무들 사이로 수영장의 풍경이 조금씩 엿보이겠죠.

Design Proposal_2

첫번째 대안으로 논의를 거듭하며, 우리는 박공지붕에 의해 조금은 답답해진 2층의 개방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클라이언트 역시 풀빌라로서의 상징성과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우리 소장들도 다른 대안을 검토해 비교점을 형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신축부의 2층을 다락+박공지붕에서 온전한 2층과 평지붕으로 변경하면서, 돌창고의 박공부부을 탈거해 비슷한 감성으로 평지붕을 계획해 냈습니다. 2층에서도 바다와 안마당을 조망하게끔 투명한 볼륨으로 처리했고, 지붕선의 디테일은 제주의 수평성을 연장해 낼 수 있는 날선 디자인으로 제안했습니다.

1안이 1층과 다락의 구성이었다면, 2안은 2층을 조금 더 온전한 2층으로 계획합니다. 고측창을 통해 채광을 받아들이고, 지붕의 디테일이 건축적인 상징성을 더하게끔 했습니다.

하지만 2안을 두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아쉬워했던 부분은 돌창고의 성격이었습니다. 유구한 세월을 견뎌 온 돌창고 특유의 박공지붕이 평지붕으로 대체된 점, 그리고 소박한 마을의 정취에 비해 모던함이 큰 비중으로 느껴진다는 점이었죠.

이러한 논쟁들은 디자인을 발전시켜 가며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비록 또 다른 디자인을 탄생시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결국은 눈으로 보고,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대상이 있어야만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소박한 마을과 제주의 대지, 그곳의 담담한 배경이 되는 건축을 키워드로 시작해 온 디자인이 대안 연구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거치며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죠. 즐거운 마음으로, 두 대안을 조정해 병치한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Design Proposal_3 (Final)

결국 돌창고의 원형을 보존하며 리모델링하고, 신축부는 2안의 평지붕 디자인으로 결정합니다. 1, 2안의 절충인데,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 대지의 주인이었던 돌창고는 내부와 지붕만을 리모델링해 BBQ하우스로 활용하고, 전면 벽체를 탈거해 전면 접이식 창으로 마당과 소통하게 합니다.

신축부는 날렵한 지붕 디자인과 편안한 외장재(강화시멘트블럭)으로, 특징있으면서도 담담한 배경이 될 수 있게 정리되었습니다.

수영장과 안마당, 복도와 거실 그리고 돌창고의 관계는 처음부터 유지되어 왔던 것이고, 2층을 2안의 아이디어로 결정하면서 2층공간에서 안마당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구성되었습니다.

1층 복도에서 바라보면, 안마당과 돌창고의 측면, 그리고 수영장과 거실부가 한눈에 보이면서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자리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머릿속에선 완성된 풀빌라의 한 귀퉁이에 서 있는 우리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어서 풀에 뛰어들고 싶은 욕구가 느껴지기도 하죠.

모든 디자인요소가 한눈에 잡히는 장면

을 마지막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착공 풍경까지 담아보려 했지만, 대안 3안을 모두 소개하면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이어지는 포스팅에서, 허가 후 대지에 바로 윗 사진의 건축이 담기는 장면들을 이어가겠습니다.

착공을 전후로, 대지경계와 도로, 그리고 터 닦는 과정에서의 다양한 이슈들이 있으니 단독주택 신축을 계획중이시거나 설계 예정인 분들께 도움되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