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이데일리에 기재된 글입니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공중보행로 ‘서울로 7017’
2017년 5월, 서울로(Seoullo) 7017이 대중에 공개됐다. 2006년 정밀안전진단평가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교량으로서의 안전성이 제기된 후, 다양한 검토를 거쳐 2015년 ‘서울역 7017 프로젝트’로 공식 추진되며 11년 만에 시민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강북 도심권의 입지적 중심인 서울역 앞 고가도로였던 만큼 그 재생 방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고, 암스테르담 기반의 세계적 건축가 집단인 MVRDV의 설계로 건축계에서도 이목이 집중되었던 프로젝트였다.
개장 후 이른바 ‘신발 조형물’로부터 시작된 회의론과 ‘녹지축 연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예찬론은 지금까지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갑론을박 속에서도 서울로가 우리 시대에 주는 큰 교훈은 현대도시의 경쟁력과 사회기반시설 사이에서 발견되는 패러다임 변화의 생생한 한 장면이라는 점이다.
서울로의 전신인 ‘고가도로’라는 기반시설은 도로의 교착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구조물로 지극히 속도, 효율, 기능을 겨냥한 시설이다. 이러한 고가도로가 보행, 녹지, 문화를 위한 시설로 재생되었다는 것은 현대도시의 경쟁력이 더는 ‘빨리빨리’에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그 방법론이 ‘보행녹지’라는 것은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 역시 ‘천천히, 푸른’ 삶을 원하고 있다는 패러다임 변화의 건축적 은유이기도 하다.
서울로는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에 건축(architecture)이 결합해, 사람이 도시를 경험하고 도시와 관계 맺도록 도와주는 매개시설로 재탄생한 인프라텍쳐(infra-tecture)의 사례로 가치를 갖는다. 서울로 이후 우리가 지켜보아야 할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펼쳐 나갈 사회기반시설 재생 방법론이다.
살아있는 도시는 반드시 부분적으로 늙고, 또다시 태어나며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을 살아간다. 건강한 도시는 그러한 부분적인 노화와 죽음, 그리고 재생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결국 그 도시 고유의 색을 갖기에 이른다. 도시의 생애주기를 끊어버리는 단편적 철거, 그리고 백지로부터의 신축이 재생의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