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현대건축답사기 중 '장욱진 미술관'의 후속과 같은 답사기 하나를 남기고자 한다. 따라서 이번 답사기를 정리하기 위해 지난 장욱진 미술관에서의 답사내용을 잠깐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욱진 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은 폴리카보네이트 복층판이라는 재료를 통해 외피를 구성한 것인데, 그것을 통해 독특한 이미지를 구성하고 대중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필자가 답사할 당시에는 폴리카보네이트 복층판이라는 재료를 사용함에 있어 모서리를 구성하는 디테일이 정교하지 못하게 처리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즉, '전체적인 외관은 훌륭하나 재료의 디테일이 아쉬웠다.'라는 것이 지난 장욱진 미술관 답사의 한줄요약이다.
이와 같은 스스로의 결론을 짓고 지내던 중 페이스북을 통해 팔로우 하고 있던 최성희씨(장욱진 미술관을 설계한 최페레이라 건축의 대표건축가)의 타임라인을 통해 "모서리 디테일의 한을 풀었다"라는 멘트와 함께 올라온 폴리카본이트 복층판의 디테일 사진을 보게 되었다. 자세히 글과 사진을 보니 최성희 건축가 역시 필자가 생각했던 아쉬움을 갖고 있었으며, 그것을 다음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을 확인한 그 주 바로 현장(준공 전이었기에 아직 현장이었다.)을 찾아갔고, 그곳이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이다.
최근에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업무차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우연히 로랑페레이라 건축가(최성희 건축가의 남편이자 최페레이라건축의 대표)를 만나게 되었고, 그를 통해 모서리 디테일과 더불어 간단한 건물의 설계과정을 들었다. 그래서 이번 답사기에는 첫 답사 때의 이야기와 더불어 로랑 페레이라와 나눈 이야기도 덧붙이고자 한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을 말하는 것으고, 이전의 자원회수시설이 있던 자리에 그 맥락을 이어 재활용을 통한 아트센터를 지은 것이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이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광명동굴 테마파크 내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의 외관을 보고, 내부에서 상영중인 영상을 통해 확인한 바 본 건축물 또한 기존의 것을 업사이클링한 리노베이션 건축물이었다. 콘크리트 골조와 벽은 대부분 남기고, 창호와 폴라카보네이트 복층판을 소재로한 별동을 증축하고, 실내 마감재 등을 새롭게 변하거나 추가한 것으로 보였다.
폴리카보네이트로 보이는 부분은 새롭게 추가한 것이고, 나머지는 기존의 골조에 마감재만 바꾼 것.
위는 리노베이션 당시를 담은 영상으로 아트센터 로비에 상영중이어서 전체적인 과정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로비를 지나 실내에서 들어서자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천장이었다. 천장은 흔히 레이스웨이라고 부르는 자재로 일자의 패턴을 만들었다. 레이스웨이는 보통 공장이나 주차장에서 전선들이 지나는 길 역할을 하고 등이 달리는 달대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기능을 살리면서 디자인적인 요소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 기능에만 충실해 등이 달리는 위치에만 레이스웨이가 지났다면 굉장히 볼품 없었을 수도 있었는데, 디자인 요소로 삼아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내니 생경한 이미지로 읽혔다.
또한 기존의 건축물의 틀을 두고 새롭게 고치는 리노베이션이라는 방식으로 계획된 건축물이라는 점도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틀, 골조가 가려지지 않고 속으로 들여다 보일 수 있고, 덧붙여진 듯 보여야 그 과정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2층으로 오르면 1층과 연결돼 트인 공간이 보이고 구조가 그대로 노출된 천장이 보인다. 이 공간에 대해서는 로랑 페레이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기둥과 보가 이뤄내는 구조의 모습이 생각보다 아름다웠고, 그대로 노출되도록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로 천장의 마감을 이루고 있던 레이스웨이는 이 부분에는 설치되지 않고, 골조가 그대로 드러내면서 옛 건축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부분들은 리노베이션 건축에서만 나타날 수있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중요한 답사의 요소였던 폴리카보네이트 복층판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구조가 남겨진 부분 이외에 추가로 덧붙여져 증축된 동이 하나 있는데, 그 동을 이루는 외피의 재료가 폴리카보네이트 복층판이다. 위 사진은 2층 발코니에서 본 폴리카보네이트 외피의 모습인데, 장욱진 미술관에서의 두꺼운 알루미늄 몰딩과는 달리 모서리가 매우 깔끔하게 처리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세히 바라보면 연결부재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의 크기와 단면이 매우 깔끔하고 작게 제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완전히 외부로 나와 별동을 바라보면 전체적인 느낌을 한번에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박공의 지붕과 표면이 갖는 느낌은 이전의 것과 유사하지만 모서리의 처리가 달라져 더욱 깔끔한 느낌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의 모서리 부재는 이전의 것보다 절반 정도만 노출되고, 그 단면이 마감면과도 거의 일치하여 겉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이와 같은 디테일은 한덩어리처럼 보이게끔 하려는 재료의 특징을 훨씬 더 돋보이게 도와주게 되며, 결국 전체적인 건축물의 마감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답사하던 당시는 아직 건축물이 준공되기 전이었기에 주변에 놓여진 자재까지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다소 이른 답사는 실내 답사를 포기하게 만들었으나, 현장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디테일한 부재들까지 확인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위 사진은 위에서 언급한 모서리를 연결하는 부재의 단면으로 이 부재 하나를 적용함으로써 전체적인 건축물의 이미지와 최종 퀄리티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로랑 페레이라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건축물을 시공했던 시공사의 태도에 대한 것이었다. 실제로 평당공사비는 장욱진미술관의 경우가 더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공사의 경우는 모서리의 처리에 대해 건축가가 이야기했을 때, 불가능하다는 답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그러나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의 경우는 반대였다고 한다. 결국 적은 시공비였으나 건축가의 이야기가 현장에서 관철되었고, 그대로 시공으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건축물을 완성하는 데에는 건축가의 의지 뿐만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다른 이들의 의지도 꼭 필요하다.
내가 이야기를 나눴을 때, 건축가는 확실히 결과물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고, 그것은 건축물을 완성하는 여러 조건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장욱진 미술관의 답사에 이어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의 답사까지의 과정은 휘향찬란한 건축물에 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일련의 에피소드와 과정을 통해 건축가의 태도, 좋은 건축물이 이뤄지는 조건 등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