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가 석가탄신일이었으나, 역설적으로 오늘은 흥미롭게 답사했던 젊은 건축가의 교회 건축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정의엽 건축가의 건축물 답사로 인해 젊은 건축가의 작업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이어지는 포스팅도 젊은 건축가를 소개하고 싶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건축물의 설계자는 '네임리스 건축'이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활동하다 국내로 돌아와 개업을 한 나은중, 유소래 두 젊은 건축가의 설계사무소이고, 그들의 국내 첫 완공작이 오늘 소개하는 록원교회(콘크리트교회)이다. 본 건축물에 대해 알게된 것은 실무 중에 만난 구조설계사무소의 포트폴리오를 통해서이다. 그만큼 이 건축물은 다른 디자인 요소보다 구조적인 디자인 요소가 돋보인다.

록원교회(콘크리트교회)

록원교회는 남양주시 별내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한창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는 곳으로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곳도 격자형으로 잘 계획된 다세대 혹은 다가구 주택단지 한켠에 위치하고 있다.

외관

별내지구는 판교, 광교 등처럼 계획된 지구로 아래사진을 보아 알 수 있듯이 흔히 말하는 주상복합(근린생활시설+다가구,다세대주택)의 조합으로 이뤄진 건물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그런 지구 내에서 록원교회는 독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참고로 아래 사진 속 금속으로 된 상부 첨탑은 원 설계상에는 없던 구조물이다. 사용자가 임의로 추가한 것으로 보이는데, 건축물 전체의 디자인을 해치고 있어, 안타깝다. 아무래도 높고 드러난 십자가가 없는 교회를 참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원 설계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하면 네임리스 건축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록원교회의 영문발표명이 Concrete Church(콘크리트교회)인 것이 말해 주듯이 본 건축물의 외관은 주로 노출콘크리트로 이뤄져 있다. 노출콘크리트란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하기도 한 건축가 안도타다오가 주로 적용하면서 많이 알려진 공법인데, 이름 그대로 콘크리트 자체로 마감을 짓는 기법이다. 공법 자체가 시공과 동시에 마감이 끝나는 그야말로 단번에 이뤄지는 공법이어서,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얼마나 한번에 매끈하고 깔끔한 면을 가지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록원교회의 외관은 나쁘지 않다.

콘크리트로 마감된 외부면과 더불어 중요한 요소는 앞서 서두에서 이야기한 구조적인 요소인 캔틸레버이다. 캔틸레버 혹은 캔틸레버 구조라는 것은 하부를 지지하는 구조물 없이 일정거리 이상을 내밀어 처리한 구조의 형태를 말한다.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록원교회에서는 이 캔틸레버 구조의 매스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크기도 육중해 디자인적으로도 극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흔히 디자인을 할 때, 언급하는 '낯설게 하기'를 건축에 적용하면 이와 같은 요소를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인 상식인 중력을 거스르는 구조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낯선 장면을 보게 만든다. 그러나 외관적으로는 나름 성공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으나 건축에서만큼은 공간과의 결부가 디자인의 중요한 평가 요소이기 때문에, 이 캔틸레버 매스가 과연 실내의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지도 중요한 답사의 포인트가 되었다. 만약 이 매스가 아무런 기능, 이유 없이 그저 미적인 요소로만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 가치는 떨어지고, 그 존재의 명분은 사라진다고 나는 생각했다.

앞선 사진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주된 재료는 콘크리트와 유리이다. 사면 모두 이와같은 단순한 대비로 이뤄져 전체적으로 담백한 느낌을 준다. 전면부와 후면부의 단차를 활용해 공간을 할애한 모습도 후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공간을 알차게 써야하는 건축가의 도리도 충분히 구현한듯. (아래)

외관을 통해 확인한 또 하나의 구조적인 디자인 요소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주차장의 천장부분에서이다. 주차장 천장 역시 노출콘크리트로 처리돼 있는데 사진에서처럼 요철없이 평평한 면을 보이고 있다. 간단하게 기본적인 구조시스템을 설명하고 넘어간다면, 라멘조. 즉, 기둥과 보라는 요소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시스템에서는 기둥과 기둥 사이는 보가 지나게 되고, 보와 슬라브의 두께 차이로 인해 천장에서는 요철이 발생하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천장을 노출시킨 카페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일반적인 콘크리트 구조(라멘조)에서는 아래와 같이 평평한 노출콘크리트의 천장을 갖기 힘들다. 따라서 록원교회에서는 평평한 노출콘크리트의 천장을 구현하기 위해 일반적인 구조시스템이 아닌 시스템을 적용하였는데, 그것은 역보이다. 역보라는 이름에 붙은 '역'자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기본적인 보를 뒤집어 적용한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보는 슬라브를 아래에서 받치게 되지만, 역보에서는 위에서 잡아드는 듯한 형상을 갖는다. (이와 같은 사실은 네임리스 건축 홈페이지의 도면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설명이 장황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이 부분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디자인을 위해 건축가가 구조적인 지식을 갖고 이해하여 적용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떄문이다. 일반적인 구조시스템을 적용하고  외부마감을 덧데어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결법이라면, 본 건축물의 디자인 컨셉과 전체적인 완성도를 위해 네임리스 건축의 건축가들은 구조시스템을 다르게 적용해 전체적으로 하나의 맥락을 갖는 디자인을 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즉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것은 그저 그림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시스템도 아울러야 하는 것이다.

실내공간

앞서 이야기한 캔틸레버 구조의 공간을 확인할겸 기타 실내 마감,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을 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외부에서의 독특함에 비해 실내는 일반적으로 아는 교회의 모습에 가까웠기 떄문이다. 기본적으로 노출콘크리트의 벽체가 실내에도 적용된 것은 독특했으나 일반적인 페인트 걸레받이, 창호, 도어의 마감 처리 등이 아쉬웠다.

특히 위 사진의 계단실의 디테일들은 제일 아쉬웠다. 어울리지 않는 목재 핸드레일, 석재 마감의 계단 등이 그 이유이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캔틸레버 구조의 내부공간은 대예배실로 들어가기 전의 로비였다. 예배실일 것이라는 추측과는 조금 달랐지만, 한 번 곱씹어 생각하니 로비로 쓰였다는 것이 더 좋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 대학시절, 전공 이론 수업 중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오페라극장의 가장 중요한 공간은 오페라홀이 아니라 그 전의 로비이다. 오페라홀은 공연이 이뤄지는 공간에 그치지만, 로비 공간에서는 사람들 간의 교류가 이뤄지고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와 같은 논리로 록원교회의 공간도 생각해 보았다.

캔틸레버로 뻗은 구조물은 전면을 창으로 내어 밖을 보게 했다. 위에서 이야기한 논리를 적용하여 생각하면, 흔히 보통 사람들은 교회 공간을 떠올리면 예배실이 가장 중요하고 임팩트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의 행동은 기도와 예배일 뿐, 밖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는 로비에서 이뤄지며 그 로비에서 사람들끼리 담소도 나눌 수 있고 머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록원교회에서 가장 극적인 공간인 이 캔틸레버 구조는 로비로 계획된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과한 상상을 한 것일지는 모르나, 이 추측이 맞다면 적합하고 훌륭한 공간 구성과 풀이라 생각한다. 겉만 디자인된 건축물이 아니라 공간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마무리

갓 국내 무대에 데뷔했던 정말 젊은 건축가의 작업이었다. 실내공간의 아쉬움은 아직 그 이유에 대해 듣거나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분명 사용자의 요구와 여러 제한되는 요소가 많았을 것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고 보면, 전체적인 디자인으로 보면 젊은 건축가답지 않은 깔끔함을 보여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첫 준공작이라고 하기엔 훌륭한 디자인적 맥락을 가졌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컨셉과, 그것을 구현하는 디자인적인 요소들이 잘 어우려졌기 떄문이다. 사실 실제로 나은중씨를 만나 록원교회의 답사기를 공유하고 삼각학교의 답사를 권유받았었다. 그 때 당시에도 그는 록원교회에 대한 진한 아쉬움과 차기작(삼각학교)에 대한 자신감이 공존했다. 그래서 삼각학교 역시 답사하였으나, 완공 후가 아닌 공사중에 이뤄져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못하였으나, 준공 후 발표된 내용과 이미지를 보면 록원교회 보다 더욱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 건축가의 가장 큰 가치는 성장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젊은 건축가를 꿈꾸기에 그들의 작업을 답사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배우고 있다. 록원교회의 답사 역시 그런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