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AR이라는 건축잡지를 종종 챙겨 보곤 한다. 2달에 한 번씩 나오는 잡지인데, 다른 잡지와는 구성이 남다르고 읽을 만한 거리가 많아 찾아 보았다. 그런데 저번 호부터 내용 구성이 이전과는 달라져, 전혀 새로운 잡지로 탈바꿈하였다. 가장 큰 특징이 한명의 건축가를 주제로 특집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정규 포맷인지는 모르겠으나, 한명의 건축가에 대해 준공작, 계획작, 삶, 취미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해 기존의 잡지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저번 호의 특집 건축가는 '장윤규' 였다. '운생동'이라는 건축가 그룹의 대표인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며 최근에는 잠실 부근 리노베이션 계획에서도 당선되어 건축계에서도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그를 우연히 접하다 보니 그의 건축물을 답사했던 기억이 떠올라 옮겨보고자 한다.
성수문화복지센터
성수문화복지센터는 따로 작품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름을 보아 알 수 있듯이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하고 있고, 문화복지회관의 역할을 하는 공공건축물이다. 서울시 건축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4년 건축문화대상에서도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공공건축물이라는 특징은 여러모로 제한적인 요소로 다가왔을 텐데, 그것을 극복하고 수상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건축물의 수준(?)이 어느정도 높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고, 답사지로 선정하였다.
건축물의 전반적인 형태와 외관을 설명하기 전에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하면, 포함된 프로그램은 성수아트홀이라는 공연장, 도서관, 재활의원, 복지관 등이 있다. 즉 복합 문화시설의 역할을 하고 있어, 건축물 내용면으로는 굉장히 알차다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이 어떻게 얽혀 있고 디자인과는 어떻게 연관되는지가 주요한 답사 포인트였다.
건축물의 외관
개인적으로 운생동(장윤규)전반적인 디자인 성향에 크게 공감하지는 않으나, 항상 보여주는 것들이 지니는 독특함의 힘은 인정하는 편이다. 생경하고 독특한 형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성수문화복지센터의 외관에서도 운생동만의 독특함이 한껏 묻어나왔다. 아래 전경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박스형태의 매스이지만, 저층부에서는 굉장히 강한 선들이 강조돼 표현돼 있다.외부에서 보기엔 언뜻 그 선들은 슬라브의 단면 처럼 보이기도 하고, 기둥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것들이 공간과 연결되는지는 내부에서 확인하기로 하였다. (나는 외관에서 드러나는 디자인 요소가 내부의 공간과도 연결되어야 어느정도 명분이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저층부에는 마치 알(Egg)과 같은 덩어리 형태의 매스도 박힌듯이 보여지는 것 역시 특징인데, 그것은 아마도 아트홀의 공연장 역할을 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의 형태가 선적인 요소와 잘 엮여져 마치 둥지 속에 알이 품긴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디자인적으로 과하지도 않아보여 좋은 느낌을 준다. 저층부와는 달리 상층부에서는 세로선을 강조한 루버와 유리로 된 재질감 이외에는 강한 요소는 없다.
조금 더 다가서서 저층부의 요소를 확인하면 비스듬한 선들이 계단이라는 요소로부터 나온 것임과 덩어리 요소의 재질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장으로 보이는 매스 (아래)
입구 부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요소 중에 특징적인 것은 건물의 입구부분이다. 일반적인 공공건축물의 입구와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는데, 우선 입체적으로 입구가 분리돼 있다. 공공성이 강한 프로그램(병원)의 입구는 도로면에 접해 있어 바로 진입이 가능한 데 비해, 아트홀, 도서관 등의 목적성이 강한 프로그램의 입구는 넓은 계단을 따라 올라 한 층 위에서 시작해 그 성격을 기준으로 동선을 분리했음을 알 수 있다. 계단을 통한 분리가 외관의 디자인 요소와도 맥락을 같이하면서 기능과 디자인이 잘 맞물려 풀린 느낌을 준다.
2층에 위치한 아트홀의 입구부분은 비정형적인 디자인 요소가 한껏 반영돼 비스듬한 유리, 비스듬한 천장 등의 요소가 인상적이다.
저층부의 실내
가장 관심가는 부분이었던 저층부의 디자인 요소가 실내와 어떻게 연관지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내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외부의 덩어리 요소를 구성하던 타공메탈의 요소가 실내까지 이어져 천장에 적용된 부분이었다. 또한 비스듬하게 비정형의 요소도 그대로 이어져 천장이 기울어져 있었다.
단순히 외부에서 보았을 때 알이 박힌 것처럼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실내까지 그 요소가 반영된 것은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마감적인 요소 외에도 공간적으로도 수많은 높낮이가 다른 판으로 이뤄져 입체적인 공간으로 공간이 구성돼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기울어진 타공메탈 천장(위/아래)
외부에서 보여진 사선의 요소들은 실내의 계단과 연결된 것임을 실내에서 확인할 수 있엇다. (아래 사진)
상층부
아무래도 사용되고 있는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내부를 돌아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공공건축물인 덕분에 어느정도 건축물의 대강의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의 답사는 할 수 있었다. 상층부는 저층부와는 달리 큰 디자인적 특징을 찾기는 어려웠다. 저층부에 비한다면 일반건축물의 느낌이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프로그램의 규모와 성격상 저층부와 같은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건축가 스스로도 여러모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선택을 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상층부의 답사내용을 정리하면, 제일먼저 옥상정원을 들 수 있는데, 태양광판으로 덮여버려 많이 아쉬웠다. 태양광판이라는 것이 디자인 요소로 쓰이기 참 어려운 요소이긴 하나 옥상정원이라고 쓰이기엔 태양광판이 너무나도 안좋게 작용하고 있다.
다소 일반적인 내부 모습 (위/아래)
상층부는 저층부에 비해 다소 아쉬운 편이었지만 건축가의 의도가 보이는 요소들도 곳곳에 있었다. 상층부와 저층부가 만나는 부분에서는 저층부의 디자인 맥락이 이어진 외부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은 휴식공간으로 쓰이는 듯 했다. 강조하고자 하는 디자인 요소가 실 내외로 다양하게 반영되고 있는 점은 좋게 평가할 수 있겠다.
마무리
건축물을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하나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는 저층부에 외관에서 드러나는 사선의 요소 중 실내의 공간과 연결되지 않은 요소들도 있다는 점이었다. 아래 사진의 세로로 가파르게 지르는 사선의 경우는 실내 공간과의 연결은 없고 구조적인 역할도 없어 보였다. 이는 아마 건축가의 미적인 판단하에 결정된 부분이지 않나 생각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적 균형을 따져 보았을 때, 없다면 굉장히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항상 나로 하여금 건축 디자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이 건축물은 전체적으로 디자인 컨셉과 기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그 균형도 적정한 선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강조하고자 하는 디자인 요소는 저층부에서 집중 반영하고 상층부에서는 기능적인 요소를 고려해 적절히 힘을 빼면서 균형을 맞추어 구성함으로써 전체적인 건축물을 구성하였다. 그로써 완성된 모습 역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공공건축물 설계라는 조건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높게 평가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공공건축물이 지어지는 데에 있어서는 여러 제한적인 요소가 민간의 것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런 제한적인 요소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텐데, 구현해낸 것을 생각하면 건축가의 노력도 만만치 않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건축가 장윤규, 운생동의 건축 디자인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지만 본 답사를 통해 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