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을 포함해 한동안 답사를 못다닌 만큼 전시회 또한 찾지 못했었다. 연초가 되면서 어느정도 바쁜 것들이 정리되고 새해 다짐 역시 새로한 김에 주말을 틈타 작은 건축전시를 관람하기로 하였다. 개인적인 일을 볼겸 나선 길이라 큰 전시보다는 작은 전시를 찾았는데, 마침 젊은 건축가들이 주도하는 전시인 '옆집탐구'의 세번째 시즌이 열리고 있다 하여 방문하였다.
올해가 세번째인 옆집탐구 전시는 첫번째 시즌 때 관람하였는데, 당시 네임리스건축, 건축농장 등의 젊은 건축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로 기억하고 있다. 올해도 그와 같은 좋은 이미지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가 열린 곳은 서촌의 온그라운드 갤러리로 '최소의 집'전시가 매년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올해 참여한 작가는 권태훈 / 한기준, 황일현 ( DIGIT ) / 우지현, 차상훈, 최영준 (오피스아키텍톤) / 이승택, 임미정 (stpmj) / 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푸하하하 프렌즈) / 이도은, 임현진 (이와임) / 신경섭 (판단력연구소, 사진작가) 이다.
사실 전시를 찾기 전 이름만 보았을 때에는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나, 전시 브로셔를 통해 소속 그룹과 사무소명을 확인하니 파악이 가능했다. 예전 전시나 발표한 작업들을 통해서 접했던 이들도 포함돼 있어 그 기억을 상기시키며 전시를 둘러보았다.
첫 작품은 권태훈 작가의 작품.
정확히 그에 대해 알지는 못하나 다른 지인을 통해 들은 이번 작업에 대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 곳곳의 건축가 없는 건물를 도면화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꽤나 공들인 분해도와 입면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볼 수 있는 작품은 DIGIT 소속의 한기준, 황일현의 작품. 건축관련 SNS를 통해 많이 접한 그들은 파라메트릭을 기반으로 한 비정형 건축을 주로 행하는 그룹이다. 실제로 건축 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본인들의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하는데, 본 전시에도 그들의 주특기인 파라메트릭을 기반으로 한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장 내부 실로 이어진 다음 전시는 이도은, 임현진 건축가 (이와임), 이승택, 임미정 건축가(stpmj)의 작품들.
건축사사무소 이와임은 이번 기회로 처음 알게 된 사무소인데, 작품 설명 문구와 제시한 이미지와 작업 내용을 보니 정말로 젊은 건축가임이 물씬 느껴졌다. 신생업체로써 겪고 있는 작업에 대한 설렘과 진지함이 느껴진다랄까...
stpmj는 지난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전시를 통해서 접했던 업체로 재료와 마감 등 굉장히 건축의 기술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듯한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제시한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도 그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어진 오피스아키텍톤의 우지현, 차상훈, 최영준 건축가의 작품. 충감도라고 하여 벌레의 시선에서 바라본 뒤집어진 투시도들을 이미지화하여 전시하였다. 조감도에 익숙해진 우리의 눈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함께 전시한 영상 속 작업 이미지도 마치 한폭의 회화를 보는듯한 독특한 이미지여서 색달랐다. 젊은 건축가 그룹답게 모든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자하는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건축가. 푸하하하 프렌즈의 작품. 작품이라기 보다는 그룹 이름처럼 유쾌한 전시품. 자신들의 행사 때 사용한 변형된(?) 탁구채들.. 직접 보고 체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관람법일 듯 하다.
오랜만에 나선 전시회 관람은 매우 흡족했다.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은 무거운 전시가 아닌 만큼 천천히 둘러보며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과 성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전시기간은 이번 달 11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남은 기간 짬내어 둘러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