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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가장 작은 단위, 벽과 방
각자의 공간도 중요하다
장서윤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2018.07.11


​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벽을 세워 만드는 방은 집이라는 건축물의 가장 작은 단위이다. 벽을 어떻게 세울지 결정하고, 벽의 촉감과 색을 정하고, 방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집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다. 글 장서윤(건축가, 디자인랩소소 소장) 사진 이미지투데이

 

 

 

각자의 공간도 중요하다

집의 가장 작은 단위, 벽과 방

 

<건축의 가장 작은 단위, > 벽은 우리가 경계를 설정할 때 가장 먼저 세우는, 가장 기초적인 구조체다. 집의 벽체는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고, 성곽은 도시의 안팎을 구분하며, 장벽은 이쪽과 저쪽을 구분한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The Wall’은 외부의 침입을 막고 벽 안의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스케일은 다르지만 집의 외벽 역시 같은 기능을 한다.

 

집 안에 세워지는 벽들은 공간을 구분한다. 이쪽과 저쪽 방은 같은 벽을 공유하며 매우 가까이에 위치하지만, 벽 하나를 통해 거리감이 생기고, 두 공간에 위치하는 사람들을 서로에게서 보호하거나 격리한다. 시선과 움직임, 촉각과 후각 등을 분리함으로써 사용자나 용도가 다른 공간들을 만들어 더욱 효율적이고 풍부한 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류의 건축에서 벽은 땅을 파고 내려가 지은 움집을 벗어나면서 나타난다. 초창기에는 풀잎이나 줄기 등 지붕을 덮은 재료가 벽까지 연장되었으나, 이후 기둥을 세우고 보나 도리를 거는 구조를 사용하게 되면서는 기둥과 기둥 사이를 막아 벽을 만들었다. 우리 건축에서는 도시의 경우 화재 예방을 위해 전돌이나 막돌벽이 세워지기도 하였으나 흙벽이 가장 흔히 사용되었고, 서양의 경우 석벽이 가장 흔한 형태였다.

 

현재는 구조 방식에 따라 다른 재료로 외벽을 만들고 시멘트 벽돌이나 나무 뼈대를 세워 칸막이벽을 따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재료를 그대로 드러내었으나 현재는 용이한 최종 실내 마감을 위해 구조 재료 겉에 석고보드를 붙이고 마감을 한다.

 

<초기 주거 공간에서의 방> 사람이 살거나 일을 하기 위하여 벽 따위로 막아 칸을 만들어 둔 공간을 방이라 한다. 방들로 이루어진 주거 공간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방들이 사용자에 따라, 용도에 따라 지금과 같이 나눠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흔히 동서양의 주거 공간 차이로 방의 이용 방식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방을 다용도로 사용했지만 서양의 방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듯 용도에 따라 나뉘어 있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서양도 원래 그렇지는 않았다.

 

중세시대의 서양 주거의 방, 특히 침실은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인 공간이었다. 온기와 안전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과 동침을 했다. 사적인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침대에 커튼을 치거나, 울창한 숲이나 기도실을 찾아야 했다. 중세 주택의 대형 중앙 홀은 하인들을 위한 거실 겸 침실이었고, 주인들 역시 침실의 한쪽에서 목욕을 하거나 용변을 보았다. 다른 이가 함께 있는 침실에서 다른 편에서 성행위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침대는 부를 과시할 수 있는 특권적 가치가 있었으므로 침실에서 손님을 맞는 것은 손님에 대한 무례가 아니었다. 왕의 침실 역시 손님을 맞거나 의식을 치르는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하니, 서양에서 침실은 17세기 이전 까지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침실은 비로소 수면을 위한 사적인 장소가 되었다. 침실이 사적인 장소가 되면서 무리 지어 동침을 하던 이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돼지 심장을 벽난로 옆에 두거나, 마녀가 싫어할 만한 글자를 창문이나 굴뚝에 새겨두고, 악몽을 막기 위해 로즈마리 잎을 침대 옆에 두기도 했다고 한다.

 

근현대로 들어서면서 비로소 서양의 주거에서도 침실, 서재, 식당, 화장실 등 용도에 따른 방의 분화가 일반적인 방식이 되었다.

 

<우리 주거에서의 방> ?리 전통 건축에서 방은 침실, 세면실, 작업실, 식당과 거실 기능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었다. 주로 온돌방을 지칭하였으며, 좌식 생활을 하였으므로 기능에 따라 방을 구분하는 것은 일반적 이지 않았다.

 

주로 사용자에 따라 구분하였는데, 때로는 방뿐 아니라 독립된 건물 전체가 구분되었다. 사랑방을 포함한 사랑채는 바깥주인이 사용하는 공간이었고, 안채는 여주인들이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안채에는 안방과 건넌방이 있었는데 안방은 안주인, 건넌방은 며느리가 사용하였다.

 

안방은 집에서 가사권과 경제권을 가진 사람의 거처로서 ?별한 위상을 가졌다. 일부 지방에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살림의 권한과 책임을 물려줄 때 곳간의 열쇠와 안방을 함께 물려주고 별채나 안채의 구석방으로 물러나기도 했다고 한다. 비록방을 바꾸진 않더라도, 가사권을 넘겨주는 것을 안방물림이라고 했다 하니 안방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꽤 큰 것이었다. 또한 안방은 태어나고 죽는 곳으로, 집의 어른이 위중해지면 안방으로 옮기고, 임종 후 사랑방으로 옮겨 사랑대청에서 문상을 받았다.

 

우리 주거에서 방은 손님을 받거나 작업을 하는 사회적 성격도 갖고 있었지만, 대체로 주인의 허락 없이 드나들기는 어려운 사적인 공간이자 주인의 위상을 나타내주는 공간이었다.

 

<우리의 방과 벽들> 현재 우리는 방을 침실, 서재 등 용도로 구분하기도 하고 안방, 자녀방 등 사용자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어떻게 구분하든, 가족들이 어떤 공간에서 더 많이 머무르는지, 어떤 시간에 주로 그 방을 이용하는지를 잘 살펴 계획하는 것이 좋다. 흔히 우리에게는 제일 큰 방이 안방(침실), 제일 작은 방이 옷방, 중간 크기의 방은 자녀 방이나 서재 등으로 인식이 굳어져 있다. 하지만 밤에 주로 머물고 잠을 자는 공간이 그리 크고 남향에 위치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옷방은 따로 두는 것이 좋은지, 각 방에 붙박이장을 설치하는 것이 좋을지도 고민 해보고, 서재를 따로 두는 것이 좋을지 거실에서 가족들이 함께 책을 읽고 작업을 하는 것이 좋을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한편 벽의 마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재료는 벽지와 페인트, 타일이다. 타일은 비교적 특수한 재료이고, 방은 벽지 또는 페인트로 마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페인트는 차갑다 하여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다.

 

하지만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마감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고 분명 취향의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콘크리트나 합판으로 되어 있는 구조 벽들의 마감은 매우 투박하기 때문에 페인트 도장을 위해서는 밑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석고보드의 이음새와 못 자국들은 일일이 고르게 만들어줘야 하며, 시멘트벽에 바로 도장할 경우 미장을 한 번 더해주고도 퍼티 등으로 면을 잡아주어야 한다. 이 과정은 녹록지 않고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들며 이는 곧 공사비로 이어진다. 결과적으? 페인트 도장 마감은 벽지 도배 마감에 비해 두세 배까지도 공사비가 차이 나기 때문에 실제 페인트 마감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거실이나 복도에만 도장 마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인테리어를 하거나 집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경우 벽지용 페인트를 사서 직접 바르는 경우도 있다.

 

<나만의 공간, 우리의 공간> 가족이 꿈꾸는 집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함께 시간을 보내는것만 중히 여겨 각자의 공간에 소홀해질 수 있다. 많은 이들에게 어릴 적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은 가장 큰 꿈 중 하나였을 것이다. 방을 가질 수 없을 때는 구석진 곳에 어설프게 박스로 벽을 세워 아지트를 만들거나, 책상 아래나 계단 아래 커튼을 쳐서라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만큼 나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본능과도 같은 중요한 일이다. 가족 공동의 공간만큼, 가족 구성원 각자의 공간과 시간도 존중해주어야 모두에게 행복한 집을 꾸릴 수 있다.

 

장서윤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디자인랩 소소는 아주 특별한 보통의 것을 통해 자그마한 웃을 지을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일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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