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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짓고 넘다, 문
공간을 분리하되 연결하는 장치
장서윤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2019.01.21

※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애초부터 열리는 것을 전제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가 하루에 수십 번 만지고 작동시킨다. 이쪽과 저쪽을 분리하되 연결하는 아주 독특한 장치다 보니 여러 가지 의미로도 많이 사용된다.  글. 장서윤(건축가·디자인랩소소 소장)







공간을 분리하되 연결하는 장치

경계를 짓고 넘다, 문



문은 벽이되 벽이 아니다. 애초부터 열리는 것을 전제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가 하루에 수십 번 만지고 작동시킨다. 이쪽과 저쪽을 분리하되 연결하는 아주 독특한 장치다 보니 여러 가지 의미로도 많이 사용된다.

 

경계, 문의 의미 

사전에서 문은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기 위해 틔워놓은 곳, 또는 거쳐야할 관문이나 고비라고 정의된다. 사전에서도 문은 건축적 장치라는 본의와 함께 은유적 의미도 갖고 있다.


우리 문화에서 문은 매우 특별하다. 대문의 상징성이 이토록 중한 문화는 다른 문화에서는 찾기 쉽지 않다. 신도시들에서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담장에 대해 제한을 하고 있어 대문이 없는 주택도 많고, 대학이나 관공서에서 대문이 많이 없어졌지만, 이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한옥에서는 대문을 잘 세우면 오래 살고 복을 누리며 평안을 누릴 수 있다 하여 아주 공을 들여 만들었고, 시골 농가라 할지라도 형편만 허락하면 문짝은 이름난 목수에게 의뢰했다고 한다. 심지어 열녀문이나 효자문처럼 실제 기능은 없지만 문으로 기념비를 만들기도 했고, 창덕궁의 불로문처럼 문에 소망을 담아내기도 했다. 입춘대길의 소망도 문에 붙인다.


최근에는 무장애 공간 개념이 중요해지면서 거의 만들지 않게 되었지만,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는 찌릿한 느낌은 누구나 안다. 문지방을 밟으면 안 된다는 인식은 동서양의 전통 문화에서 다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문지방에 각종 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므로 밟으면 안된다고 경계하고 있는데, 그저 찌릿한 위험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넘어가는 경계에서의 조심스러움, 신중함을 강조하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집에서의 문

문은 외부공간과 내부공간, 개인의 공간과 공공의 공간을 연결하는 장치이다. 현재 문짝의 재료는 스틸, 알루미늄, 나무, 유리 등 매우 다양하다. abs는 방문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재료인데, 무게가 가볍고 습기에 강하며, 시트지가 잘 부착되므로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멤브레인 도어는 저렴한 목재 문짝으로, 습기에 약하고 무게가 무거운 편이며 시트지가 떨어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원목문은 재료도 제작비도 비싸며, 뒤틀리지 않게 하려면 반드시 별도의 마감처리가 필요하다. 창고나 보일러실의 경우 안전이 중요하므로 철로 제작한 방화문을 사용한다. 위치에 따라 문짝이 감내해야하는 기능은 각기 다르므로, 그에 적합한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능과 종류에 따라서는 손잡이나 도어 스토퍼, 말굽 등 하드웨어의 종류와 유무도 생활의 편리에 영향을 준다.


문은 작동되는 장치이므로, 문을 여닫이로 선택할지 미닫이로 선택할지도 중요하다. 여닫이는 방음과 방풍이 잘되지만 여닫을 공간이 필요하고, 미닫이는 공간효율이 좋지만 상하부에서 밀착되는 형태가 아니므로 방음과 방풍에서는 불리하다. 폴딩도어의 경우, 완전히 열었을 때 공간을 시원하게 연결해주지만 기밀성이 떨어지므로 내외부의 경계에 설치했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여닫이의 경우 외부로 나가는 문은 바깥으로, 화장실의 문은 안쪽으로 열리게 하여 생활 공간의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종류의 문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므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어떤 부분이 내게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움직이는 문이 결정하는 우리의 움직임

 문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는 사용자의 동선과 생활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공간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이 문에서 저 문으로 이동하는 것이 공간 안에서 우리의 주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문의 위치를 통해 우리의 동선이 결정되므로, 문이 엉뚱한 곳에 위치하면 공간이 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관에서 방으로 이동하는데 거실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면, 거실에 소파나 TV를 둘 곳이 애매해지며, 가족들이 모여 앉기도 불편해진다. 다용도실 문의 위치와 주택 현관의 위치에 따라 가사노동의 효율성은 달라진다. 방문의 위치와 창문의 위치에 따라 가구 배치도 달라진다.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프라이버시가 중요할 수도 있으며, 문이 열리고 닫힐 때 안팎에서 각 공간들이 어떻게 보이느냐도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집을 짓거나 고칠 때, 집 안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움직임과 생활을 상상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 년의 문을 닫으며, 집에 대한 이야기

문에 대한 이야기까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해 왔다. 집의 각 요소들과 장치들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으나, 결국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에 사는 가족이다.


개발의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에게 집은 가장 크고 중요한 재산으로, 투자대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집은 재산이기 이전에 삶의 공간이고, 점차 재산가치보다 삶의 공간이라는 본래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집은 가족들의 생활을 바라보고 기억할 것이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그 시간의 공기와 함께 굳건히 서 있을 것이다.


집을 짓거나 고쳐 우리 가족의 집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는 그렇게 중요하고, 그 과정은 당연히 간단치 않으며 간단치 않아야 한다. 우리 가족의 집을 만들기 전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가장 먼저, 가족탐구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가족과, 실제 그들은 다를 확률이 매우 높다. 집에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과 가장 좋아하는 것, 가장 좋아하는 시간과 공간, 집에서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주로 집에서 하는 활동 등, 집에서의 삶에 대해 가족 서로 간의 탐구와 대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설계 과정에서 가족 회의를 가장 강조하는데, 그럼에도 충분치 않을 때는 각자 따로 질문을 주어 답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나서, 가족들 간의 대화를 통해 가족 전부가 가장 원하는 삶의 원형을 어렴풋이나마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의 취미와 시간이 가장 중요한 가족도 있겠지만,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더욱 중요한 가족도 있다. 외부 공간에서의 활동이 중요한 가족도 있을 것이고, 주방과 식당 공간이 생활의 중심이 되는 가족도 있을 수 있다. 우리 대부분 같은 구조의 집에서 살고 있다보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과정을 지난 후에 집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달라질 여지가 얼마나 많은지 놀라게 된다.


당장 집을 짓거나 고쳐 새로운 집을 만들어낼 수 없다 해도, 이 과정을 통해 지금의 집을 바꿀 수도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주로 머무는 공간과 주로 다니는 동선과 각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로가 집에서 불편한 것, 만족하는 것, 관심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나면, 지금 사는 집을 바꿀 방도를 찾을 수 있다. 가구를 이용해 공간을 나누거나, 어두웠던 벽을 밝게 칠하거나, 식탁의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이라는 책에서 집은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이며, 물리적인 것일 뿐 아니라 심리적인 성소가 되었고, 정체성의 수호자이기도 하다고 했다. 우리의 집은 우리의 보금자리이자 휴식처이기도 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지켜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집에 대한 모두의 생각과 마음이 조금 더 소중하고 따뜻해지기를, 올 한 해도 가족들과 따뜻한 공기 속에서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은 벽이되 벽이 아니다. 애초부터 열리는 것을 전제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가 하루에 수십 번 만지고 작동시킨다. 이쪽과 저쪽을 분리하되 연결하는 아주 독특한 장치다 보니 여러 가지 의미로도 많이 사용된다. 글 장서윤(건축가·디자인랩소소 소장) 사진 농민신문사 자료사진

장서윤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디자인랩 소소는 아주 특별한 보통의 것을 통해 자그마한 웃을 지을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일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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