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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소개 글에서는 건축을 대하는 건축가들의 생각을 엿들어 봤다. 그래서 이번엔 세계의 수 많은 건축가들중, 내 마음속에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그 건축가에 대한 책을 소개해 볼까 한다. 사실 그에 대한 가장 중요한 책은 따로 있으나 그 책에 대한 얘기는 오래 오래 묵혀두고 싶다. 지금의 나를 있게끔 이끌어준 그 책은 내 삶의 밑천이기에 아껴두려 한다. 20세기의 시작무렵(1901년)에 태어난 My Architect는 60세 정도가 되어서야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 후 10여 년 동안 수 많은 작품을 남기며 건축사에 그 만의 흔적을 남겼다. 나에게는 The ARCHITECT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는 지금으로부터 약 40여 년 전, 외국에서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철도역사에서 갑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했다. 그가 더 오래 우리 곁에 있었으면 이 세상은 그가 살아있었던 것 만큼이나 더 풍요로워 졌을 터이지만 각설하고, The ARCHITECT같은 My Architect는 침묵과 빛의 건축가, 바로 루이스 칸(Louis. I. KAHN)이다. 감히 말하건데, 일반인들은 몰라도 건축을 조금이나마 관심있게 익힌 사람이라면 루이스 칸이 누구인지는 잘 알것이다. 그는 본질을 추구했던 건축가다. 그의 모든 행동들과 말들, 그리고 설계한 모든 작품들은 이 본질에서 부터 출발했다. 재료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빛과 공간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도 그리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있어서도 본질을 생각하고, 근본에 대해 연구했기에 그 만이 할 수 있는 건축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근본과 본질을 바탕으로 한 그의 창의적 아이디어들은 그래서 어느 시류에도 편승되지 않았고, 독특한 그 만의 정체성을 추구했다. 그의 건축은 시대가 추구했던 여러 언어가 관찰되면서도 독자적이었다. 이 책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그가 했던 말 중 그 자신을 가장 잘 설명한 말이 있다. 위대한 건축은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하고, 디자인 단계에서는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을 거쳐야 하며, 종국에 가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총 6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 부분은 그가 그의 철학을 정립하던 시기(1901~1951)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며 두 번째 부분은 새로운 건축을 상상하던 시기(1951~1961)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미크베 이스라엘 시나고그를 시작으로 회합을 위한 건축이야기가 이어지며, 소크 생물학 연구소를 비롯한 연구를 위한 건축, 포트웨인 미술관 등의 복합 건물을 위한 건축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립 엑스터 아카데미 도서관, 킴벨 미술관 등 침묵과 빛이 만나는 지점-타인의 업적을 기리는 건축 으로 이어진다.
어느 한 부분도 소홀해 질 수 없는 부분이고, 각각의 건축물이 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가 왜 대단한지를 두 저자가 한 부분씩 번갈아가며 설명해 주고 있다. 책 표지에는 이렇게도 설명하고 있다. ‘칸의 최고 걸작들은 물론, 비교적 덜 알려진 주택과 심지어 시공되지 않은 프로젝트들도 다수 다루고 있다. 더불어 칸의 드로잉, 설계 도면, 건축 사진 등 도판 자료들이 200점 이상 수록되었다. 특히 책을 출간하면서 새로 촬영한 컬러 사진들이 풍부하게 실려, 칸의 건축이 어떻게 공간과 빛을 재창조해 내는지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루이스칸의 삶과 철학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칸의 건축은 당연, 소크 생물학 연구소이다. 물론 바라간의 제언을 받아들여 더 훌륭한 곳이 되었지만 그 제언을 받아들인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되며, 지어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무한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정말로 여유만 있다면 죽기전에 꼭 한번 가야할 곳 TOP1으로 해 두고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또 한곳이 더 있다. 아주 작은 주택, 유니테리언 교회 직전에 설계하였고 조각가 와튼 에셔릭의 조카딸을 위해 지은 집인 에셔릭하우스(1959~1961)다. 지금으로 생각해보면 원룸형 단독주택이라 할 수 있다. 빛을 조절하는 오프닝에 대한 연구, 벽의 예외적인 두터움 등에 대한 그 자신만의 개념이 들어가 있는 곳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 곳이다. 내가 나만의 별장 또는 서재를 설계한다면 꼭 그렇게 건축하고픈 곳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의 구석구석을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몇 부분 추려본다.
“건축가는 항상 과거의 가장 뛰어난 건축에 눈을 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좋은 건물이란, 고객이 잘못 사용하여 공간을 망칠수 없어야 한다.”
“아직도 활발하게 사용되는 오래된 건물은 불멸의 빛을 지니고 있다.”
“과학은 이미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찾아내지만, 예술가는 그 자리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낸다.“
“건축이란 자연이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건축가의 임무는 아직도 그곳에 없는 이용 가능성들, 그리고 벌써 그곳에 존재하는 이용가능성들을 위해 그것들이 성숙해 나가기에 보다 알맞은 환경이 되어 줄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은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좋은, 한 번더 책장을 쳐다보게 만드는, 얼굴을 웃음짓게 만드는, 남들에게 자랑하게끔 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를 하고픈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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