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계동&청파동
서울역 서부출입구를 나오면 가까이로는 서계동이, 그 뒤로는 멀리 청파동이 보인다. 서계동이라는 동 이름은 넓고 평편한 큰 바위가 땅에 몯혀 있던데서 유래했다고 한다.(서부 반석방>서계정>서계동) 언제부턴가 나에게는 서계동하면 빨간 국립극단이 떠올랐다. 원래는 수도방위사령부 수송대였다고 한다. 명령에 의해 죽고 사는 군시설에서 자유로운 영혼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된 것이다. 그리고 푸른 야산이 많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청파동은 언덕위 청파중앙교회의 건장한 모습이 먼저 떠오르고, 밤이면 은은하게 펼쳐진 야경이 떠오르는 곳 중 하나다.
#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울역에서 나와 발걸음을 북쪽으로 돌리면 서울로 7017 하부를 거쳐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으로 가는 길 왼편으로는 활처럼 길게 휘어진 정말 긴(115미터) 아파트를 보게 된다. 서소문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대지가 아닌 오래 전 욱천 이라는 하천복개지역에 건립된 아파트다. 그래서 하천 점용로도 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아파트는 우리나라 전체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의 비중이 불과 2%도 안되던 1972년 지어져 46년의 세월을 버텨냈는데 이쯤되면 허물고 다시 짓자는 논의가 있을 법도 한데, 토지 위에 지어진 아파트가 아니라서 재건축에 대한 논의 자체가 마땅치 않아 오히려 보존되었을 것이라고 건축가 황두진은 일간지를 통해 전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서소문 아파트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선형 상가 아파트라는 독특한 유형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도 하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어느 날인가는 서초동 교대역 인근, 지인의 사무실에 들렀었다. 지인의 사무실은 공유오피스인데, 그 곳에서 남서쪽 방향을 본 모습이다. 내부가 어찌보면 커피숍 같기도 했고 호텔 로비 같기도 했다. 조용하면서도 자유로분 분위기였으며, 잘 꾸며져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어느 외국 대학의 학생회관 또는 기숙사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다만 일반적이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면 개별실로 된 회의 공간이 규모별로 여럿 갖춰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또한 위 모습에는 워낙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고층 건물들 틈새로 예술의 전당 음악당도 숨겨져 있다. 확대하지 않고서는 알아볼 수 없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현대식 한옥단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은평한옥마을, 전통 한옥과 현대 건축의 장점을 접목했다고 한다. 낯설지만 이 또한 한옥의 진화 과정이리라. 시간이 넉넉치 않아 입구에서만 서성였다. 이 곳 저 곳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해질녘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다음엔 기회를 봐서 진관사나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을 모신 금성당(샤머니즘 박물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등도 살펴봐야 겠다.
#대전 유성구
태어나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 만큼만 일명 보안시설이라는 곳에 가본적이 있다. 최근 대전 유성구를 방문했을때도 그런 보안시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타이어테크노돔이었다. 노먼포스터가 설계했고, 국내에서는 삼우건축이 협력 설계하여 완공된 곳이기도 하다. 업무때문에 이번에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출입구에서 또 서성이다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연구시설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산책을 할 수 있는 사색의 공간과 수변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복잡한 머리 속을 잠시나마 정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다른 많은 곳에서도 그러하리라.
유성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하며, 귀경을 재촉하려는 순간, 고층건물들에 둘러싸인 작은 건물을 보았다. 지금은 음식점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인데, 예전엔 아마도 숙박시설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물이었다. 규칙적으로 창문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이 지역은 유성금호고속터미널, 시외버스정류소, 유성온천역도 인근에 있기에 그러한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3층, 보기에 왼쪽에서 두번째 창문이 비교적 작다. 2층도 그렇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를 잠시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고 귀경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