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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84번째 생일(1932.7.20)
백남준 Art Center / Kirsten Shemel + Marina Stankovic + 창조건축(2008)
도시설계가 Archur
2016.07.15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예술계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인 Artist는 백남준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백남준 만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백남준 미술관은 껍데기는 화려하게 만들 수 있지만 Contents를 못채워 고민하는 대한민국내 수많은 문화기반시설에 비해 처음부터 상당한 성공을 깔고 시작하는 Project였다. 이러한 이유로 2001년 백남준 미술관(당시에는 이 명칭을 사용할 수 있었다)을 지을 부지를 결정하기 위한 각 지자체의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출생지가 서울이고 그의 나이 18세때 한국을 떠났으니 각 지자체는 백남준과 더 나을 거 없는 상관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랬기에 유치를 위한 타당한 근거는 만들기 나름이었다. 

 

2001년 결국 경기도는 백남준 생존시에 미술관을 짓겠다는 MOU를 맺고 경기도 내의 지자체들은 다시 유치경쟁에 들어갔다. 이제 미술관 건립을 위한 건설비를 누가 더 많이 낼 수 있는가로 경쟁의 초점은 모아지게 됐고 결국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이 유리해 졌다. 용인시의 재정자립도는 경기도 내에서 3위 안에 든다(2015년 기준 54.8%로 3위). 최종 유치 도시로 결정된 용인시는 기존 경기도박물관 북쪽, 경전철 예상노선 근처 부지 154,681㎡를 무상으로 내주고 건설비의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지가 결정되고 2003년 백남준 미술관 건립을 위한 국제Idea공모전(기본구상단계)이 실시됐다. 총 42개국 439개팀이 참여한 공모전에서 당선자는 독일의 신예 여성 건축가 Kirsten Schemel이 선정됐다. 그녀가 제안한 개념은 'The Matrix'(위 이미지). 참고로 2등은 우규승(아래 이미지), 3등은 일본건축가 Okabe Noriaki의 안(아래x2 이미지)이 선정됐다. 재미있는 점은 백남준이 도쿄대학 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학에서 음악사를 전공했기 때문인지 가작까지 총 6개의 수상작 중 세 작품이 독일출신 건축가들의 작품이었다. 당선자 Kirsten Shemel은 동아일보(2003.10.13)와의 Interview에서 '10여년 전 독일 Kassel Documenta에 나온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처음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관객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준다는 점에서 내가 추구하는 건축철학과 일치했다'며 공통점을 강조했다. 그녀가 보기에 '서울은 아직도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어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전위적 장소'였기 때문에 '동선이 정해져 있는 기존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달리 관객이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전시공간도 그냥 바닥이 아니라 곡선 형태로 만들어 마치 산을 오르는 것처럼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자신의 안을 설명했다. 그런데 어쩌나? 아무리 땅이 좁다 하더라도 용인은 서울이 아니다. 물론 당시 용인은 서울 보다 더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건축은 대지가 요구하는 조건과 Program의 자기 완결적 욕망 사이에서 발견하는 의미의 구축이다. 대지의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축의 공허함이나 Program이 결핍된 건축의 무모함은 Modernism이 건축에 가져다준 가장 커다란 교훈이었다. 백남준 Art Center 당선안은 건축의 이러한 존재론적 이원성을 절묘하게 수용하고 건축과 자연,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21세기적으로 정리한 일종의 선언이었다. 탈위계, 지형, 비물질화, 비선형 같은 난해한 현대 철학의 용어들이 형태로, 공간으로 변용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백남준 Art Center, 그 많던 Idea는 어디로 갔을까? 비평: 이경훈 in SPACE 200805(486)-

 

Kirsten Schemel의 Matrix는 어떤 틀을 짜서 전시의 요구에 대응하는 가변적인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주요 개념이었다. 동시에 미술관이 앉혀질 대지의 형상을 그대로 살리는 전시공간(고체화된 지형; Petrified Topography)을 기존 Museum이 취하는 구획된 공간을 넘어 외부공간으로 확장시킨다는 것이었고 전시장 내부에 다양한 Box형태로 Booth를 천장에 매단다는 독특한 전시개념을 전개시켰다. 이 개념은 추후에 구조적 해결을 위해 공사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Kirsten Schemel의 안을 실현시키기에는 경기도문화재단이 가지고 있는 예산은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Design조율 과정에서 긴 시간을 소모하게 됐고 그 사이에 건축가 개인적인 사정과 겹쳐 결국 최종안은 Kirsten Schemel보다는 그녀의 협력 건축가 Marina Stankovic이 주(Main)가 되어 진행하게 됐다. Marina Stankovic은 '건축과 환경(C3Korea), 200605(261)'과의 Interview에서 '공모전은 하나의 Design 해법으로 두 단계를 포괄하고 병합한다. 이 Design전략은 단지 한 단계만이 실현될 수 있는 주어진 현실에서는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계가 분명한 예산은 재설계하여 구조를 단순화하라는 명백한 암시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독립되어 서 있는 건물을 짓고 개념적인 태도를 재정의하는 것을 유도하였다'라고 설계변경의 이유를 피력했다.

 

새로운 개념의 공간에 국제적으로 인지도 있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될 백남준 미술관은 이제 Top Class를 넘어 World Class의 Museum이 될 수 있는 두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이 두 조건을 마치 Puzzle 맞추듯이 엮어내는 과정에서 어긋나 버리면 완벽한 조건들은 조건으로만 그친다. 어쩌면 이 과정이 조건을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백남준 Art Center는 얘기해 주고 있다. 많이 아쉽게 됐지만 백남준 Art Center는 2008년 완공된다. 하지만 그 사이 수많은 참신한 Idea들은 종이 위에서만 남겨지게 됐고 백남준도 세상을 떠난다(2006년 1월 29일 타계). 설상가상 '백남준 미술관'이라는 명칭도 특허등록되어 사용하지 못하고 최종적으로는 '백남준 Art Center'로 불리게 됐다.

 

물론 건축물이 기본구상단계에서 제시된 좋은 Idea에 따라 지어질 수 만은 없지만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택한 '현실적인 안'이라는 표현에서의 '현실적인'이라는 단어가 그 공간이 담고자 하는 백남준을 표현하는 단어로는 참 적절치 못하단 생각이 든다. 백남준이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이고 '속이고 속는 것 중 고등 사기'이며,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라 말했지만 그 말이 자신만을 위한 Museum을 짓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될지는 몰랐을 것 같다.

 

최종안은 현상설계 당선자인 Kirsten Schemel이 아닌 Marina Stankovic이 주(Main)가 되어 창조건축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나름 현재 설계안의 의미를 찾자면 기본구상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현대건설이 제대로 시공했고 내외부의 풍경이 동시에 펼쳐지고 투영되는 투명한 Skin이 백남준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한, Video Art의 출발점인 하얀 백지상자를 의미하기도 하단다('현대건설, 백남준 아트센터 ... 백남준 예술혼 담았다', 매일경제, 2008.12.17).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백남준 Art Center를 보고 있으면 World Class Museum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너무 허무하게 날린 것 같아 위로가 안된다. 더 슬픈 건 백남준 자신이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으로 명명한 공간치고는 너무 우리가 안고 있는 한계가 그대로 노출됐다.

현재 백남준 Art Center의 평면은 대지의 가용부지에 최대한 맞춰 동서방향으로 눕혀진 P자형이다. 그래서 백남준 Art Center는 즉각적으로 Grand Piano를 떠올리는 평면형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백남준이 예술행위로 부쉈다는 Piano의 'P'자와 상통한다는 등의 얼토당토 않은 얘기는 참 억지스럽다(-한국뮤지엄건축100년, 서상우&이성훈-). 이런 논리라면 백남준이 예술행위로 Violin을 부쉈다면 'V'자 평면으로 설계할 건가? 오히려 이런 얘기보다는 넓은 동쪽 계곡으로 대규모 공간이 필요한 전시장을 배치하고, 경사가 급한 서쪽으로 사무영역 등을 배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형상이라고 설명하는게 더 설득력 있고 솔직하다(연면적 5,605㎡, B2~3F).

 

평면배치로는 이미 백남준과 전혀 상관없지만 건물 입면을 구성하는 수직으로 분절된 Glass Curtain Wall에 수평적으로, 마치 전류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띠 사이로 비치는 외부공간은 Video Art의 선구자이자 대가인 백남준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들여다보기(Focus): 백남준미술관, 그 후, 건축과 환경(C3Korea) 200605(261)'에는 '주변지형을 반영하기 위해 전체형태가 계곡지형의 형상을 따른 점''비록 지붕은 아니지만 전체 Facade를 유리로 하여 투명성을 유지하려 한 부분'이 기본구상에서 제시된 개념 중 실제 실현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Marina Stankovic은 각기 다른 반사율을 갖는 부분 인쇄유리를 여러 층으로 겹쳐 Screen Facade를 구성했다. 그녀는 'Facade는 Volume 및 투과되는 빛을 제어하는 도구인데 빛을 내는 작품들을 전시하는 이런 전시건물에 특히 필요한 것'으로 '이는 또한 내부와 외부경관 사이의 관계를 정립해 주며 내부에서 외부로, 또는 외부에서 내부로 지형의 연속성을 드러내 준다'고 생각했다(-건축세계 200812-). 하지만 처음 이곳을 방문했던 흐린 날씨에는 Screen Facade의 효과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후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화창한 햇살이 비췄다. 그리고 그제야 Screen Facade를 통해 의도하고자 했던 바가 잘 느껴졌다.

"피부와 같은 Screen은 전시 공간을 에워싼다. Printing된 Facade는 빛을 차단, 여과하는 요소가 된다. 다층적인 반투명한 Facade는 내부에서 숲과 공원의 View Frame을 제공한다. 또한 Facade는 단색 표면에 의해 주변 Context를 반영한다. 무늬, 반사 그리고 투사가 결합하여 Context와 건물, 건물과 Contents, 실제image와 투사된 image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데, 바로 이러한 모호성이 이 Project의 특징이다."

-들여다보기(Focus): 백남준미술관, 그 후, 건축과 환경(C3Korea) 200605(261)-

 

Kirsten Schemel안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이유 중 예산, 백남준 쪽(백남준 자신이 아닌 Curator나 New York의 백남준 Studio의 대표 등)의 조건 등을 제외하고 내가 언급할 수 있는 요소는 대상지에 적용된 건폐율을 당선안(80%)이 위반했기 때문에 1개층으로 배치했던 안을 2층 및 부분지하로 변경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부지가 근린공원이었으니까 녹지지역 건폐율 20%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그럼 건폐율 20%라는 기준은 타당한 근거로 나온 그래서 하늘이 두 쪽 나도 꼭 지켜야 하는걸까? 백남준 Art Center 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사업에서도 가끔 제약조건이 되는 이런 도시계획적 Guideline이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외에 이를 어겼을때 발생될 수 있는 정말 Critical한 문제가 뭘지 잘 모르겠다(나 도시공학과 졸업한거 맞나?).

왜냐하면 내 생각에는 도시계획의 그런 경직된 적용이 특혜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은 복지부동식 Mind 때문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건폐율 문제 뿐만 아니라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의 이유가 되는 우리의 한계다. 건폐율 20%가 중요한게 아니라 왜 대한민국 모든 토지에 건페율을 지정하는지, 용도지역에 따라 토지에 건폐율이 왜 차등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참고로 건폐율 지정목적은 '대지 안에 최소한의 공지를 확보함으로써 건축물의 과밀을 방지하고 일조, 채광, 통풍 등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며 화재 기타의 재해 발생시에 연소의 차단이나 소화, 피난 등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데 있다.

 

"백남준 Art Center의 실패 혹은 부분적인 성공은 국제설계공모에 나타나는 몇가지 문제를 표상하고 있다. 첫째는 전문가로서의 건축주 역할이 건축가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Global Standard'라는 공허한 원칙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나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 건축주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다. 그리고 위원회는 강력한 Leadership보다는 다소 원만하고 무미건조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며, 여러 상황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더욱이 대개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이며 게다가 지적이기까지 한 건축가들의 상대로서 위원회의 역할은 제한적일수 밖에 없다. 자신의 요구를 정확히 알고, 동시에 건축가의 지적능력과 예술적 상상력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Professional한 건축주가 완성도 높은 건축의 선결 조건이다."

-백남준 Art Center, 그 많던 Idea는 어디로 갔을까? 비평: 이경훈 in SPACE 200805(486)-

 

 Kirsten Schemel안이 현실적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Idea현상은 Idea현상에서 그쳐야 한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백남준 Art Center는 우리나라에 드물게 들어설 수 있는 World Class의 Museum이 될 수 있었다. 최소한 백남준이라는 Contents는 만족시켜줬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드문 그 기회를 날려버린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백남준 Art Center를 볼때마다 참 아쉽다. 더불어 그래도 다행인건 21C를 10년 이상 넘긴 지금 이 시점에도 드러나는 한계를 가진 사회를 이유가 어떻든 1950년에 벗어나 세계적인 Artist가 된 백남준의 일생이다. 만약 그가 한국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그냥 돈많은 집 한량 아들이나 쇠락한 과거나 곱씹는 괴팍한 성격의 노인네가 됐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Contents는 잘 모르겠지만 또 하나의 국가대표 문화시설을 짓기 위한 1차 현상설계를 끝냈다. 어떤 안이 됐든 1차 현상설계에서 나온 Idea가 이번 만큼은 잘 실현화 시켜 비록 Contents는 앞으로 채워나가고 앞으로 가치가 커지길 바래야 겠지만 건축물 자체 만큼은 취지에 맞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번에도 백남준 Art Center에서 나왔던 뻔한 한계 때문에 소똥 방기형태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도시설계가 Archur

Archur가 해석하는 도시, 건축.
저서. <닮은 도시 다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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